안진, LG엔솔 감사 수주…시총 1·2위 싹쓸이

입력 2022-02-09 17:18   수정 2022-02-10 01:34

딜로이트안진이 국내 시가총액 2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의 회계감사를 따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 감사인까지 꿰차면서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새겨진 ‘주홍글씨’를 지우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홍종성 대표가 취임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해오고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된 점이 안진의 부활 원동력이 됐다고 회계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 가을부터 TF팀 꾸려 준비
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안진은 LG에너지솔루션 감사용역 입찰에서 삼일회계법인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최근 선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현 감사인은 지난달 기업공개(IPO) 절차에서 지정받은 EY한영이다. 이번 감사인 지정은 첫 자유 수임 결과다.

안진은 LG에너지솔루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중국 폴란드 등 세계 10곳에 자회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자 성장기업으로서 상징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홍 대표를 비롯한 모든 파트너가 참여하고 LG그룹 담당팀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TF팀은 제안서를 여러 종류 버전으로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을 이에 맞춰 수십 번 연습했다. 전 임직원은 LG그룹과 인연이 있다면 전화기를 붙잡고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긁어모아 TF팀과 공유했다.

이런 노력 끝에 물적분할 이전부터 LG화학 감사를 맡아 유리한 고지를 점한 삼일을 제쳤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감사위원회가 회계법인 파트너와 팀원의 실적, 산업 분야 전문성을 비롯해 회계법인의 최근 3년간 재무제표 재작성 비율, 감리 지적 비율 등을 꼼꼼하게 살핀 것으로 안다”며 “안진의 우선협상자 선정엔 절실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기업 검증 시스템 등 개혁 ‘성과’
안진은 이번 성과가 5년여간 흔들려온 감사 부문 경쟁력을 본궤도에 올리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진은 앞서 2017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1년간 상장사 신규 수주 정지 처분을 당했다. 이후 안진은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개혁에 나섰다. 우선 분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피하기 위해 감사 계약 전에 반드시 최장 2개월간 기업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회계감사본부 파트너를 평가할 때 영업 실적 비중을 줄이고, 감사품질 평가 비중을 30%에서 70%로 높이는 인사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개혁의 일환이다. 전용석 회계감사본부장은 “대우조선해양 여파로 기존 고객들이 이탈하는 상황에서 신규 수주를 까다롭게 한 것은 당시엔 도박에 가까웠다”고 회상했다.

개혁을 시도하는 중에 삼성전자의 감사인으로 지정되는 운도 따랐다. 2018년 도입된 금융당국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으로 40여년간 삼일이 맡아온 삼성전자 감사인 자리를 안진이 차지한 것이다. 감사인 지정제도는 회계법인과 기업의 유착을 막기 위해 도입됐는데 안진이 뜻밖에 수혜를 봤다.

안진은 삼성전자 감사에 개혁된 시스템을 적용하고 총력을 기울였다. 감사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 전년 회계법인보다 30%가량 많은 175명의 회계사를 투입하고, 최대 44명이 3개월 가까이 삼성전자에 살다시피 했다. 해외 자회사 업무는 제휴사인 딜로이트의 전폭적 지원도 이끌어냈다. 이런 변신이 전해지자 기업들도 안진을 다시 찾았다. 안진의 회계감사 매출은 2018년 767억원에서 지난해 1206억원으로 뛰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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